-전시장소 비움갤러리 (서울시 중구 퇴계로32길34 102호) 0507-1486-0222 beeumgallery@gmail.com
-작가노트 잡념은 거머리처럼 딱 달라붙어 좀처럼 떨칠 수가 없었다. 늦은 나이에도 쌓여있던 이야기는 말문이 트이지 못한 아기처럼 머릿속에서 옹알대고만 있던 터였다. 떨칠 수 없다면 하나씩 씹어 삼키는 게 차라리 낫겠다 싶어 무작정 생각나는 대로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 이 전시의 시작이었다. 무턱대고 자르고 용접하고 갈아내는 일이 반복되며 어느덧 머릿속의 거머리 같았던 잡념은 형태와 이야기로 존재했음을 알게 되었다. 말과 글로 표현하는 재주보다는 형태로 이야기하는 게 내게는 더 자연스럽고 익숙했다는 걸 알게 될 때쯤 형태는 재료와 작업 과정에서 차츰 의미가 부여되고 그 모습은 조금씩 변형과 설득으로 마무리 되어 갔다. 나 자신을 설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관객을 설득하는 거 역시 아직은 버거운 일인 것 같다. 그래도 어설픈 표현 속에 긴 시간 고민이 담겨 있음을 알아줄 이가 분명 있을거란 생각이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던 것 같다. 나는 오래전부터 인간과 자연의 모든 생명은 그저 에너지로 존재하는 것이며 그 에너지는 죽어서도 소멸하지 않고 존재하다가 다시 무언가로 환생하거나 윤회를 거듭한다고 상상해 왔다. 아니 그렇게 믿고 있다. 딱히 독실한 불교 신자도 아니지만 인간이나 동물이나 생물들 모두 크기나 영향력의 차이가 있을 뿐 동등한 에너지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들로 인간이나 바이러스나 같은 패턴을 가지고 있고 바이러스가 증식이 정점을 찍으면 스스로 소멸해 간다는 점에서 인간도 바이러스와 같은 행태를 보일 것이라 믿고 있다. 결국 인간의 증식은 소멸의 과정이고 증식 과정에서 생기는 이기적 행태는 소멸의 증거일 거로 생각한다. 작업은 대부분 동물의 형태를 지녔지만, 그 이야기는 인간을 비판하고 있다. 결국 비판의 대상이 작가 본인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작업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을 때까지 해야 좀 더 마음이 편안할 것 같다. 이런 작업은 주로 주방용 식기류 그중에서도 포크와 나이프 수저 찜기 같은 식기류를 사용한다. 재료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사용하는 식기류들을 사용함으로써 거부감없이 작품에 다가설 수 있지만 그 내용에 접근했을 때 이기적인 자기 내면을 관찰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는 불편함에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작업은 그 불편함에 최대한 편안하게 마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수저나 포크는 식욕을 채우는 도구라고 할 수 있는데 작업은 모든 욕망은 식욕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고 그 욕구와 욕망이 모여 만들어진 형태는 탐욕이 되기도 하고 마주하기 불편한 거울이 되기도 한다.
-작가소개 2000년 동국대하교 경주켐퍼스 미술학부 조소전공 2022년 서리풀 ART for ART 대상전 특선 2023년 서리풀 ART for ART 대상전 특선 2023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