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에 크로플 무슈를 한 번 찍어 먹어보세요. Kim Jihoon Solo Exhibition
작가 ▶ 김지훈(Kim Jihoon 金志訓) 일정 ▶ 2024. 04. 09 ~ 2024. 04. 14 관람시간 ▶ 12:00 ~ 19:00(일 ~16:00, 월 휴관) ∽ ∥ ∽ 비움 갤러리(Beeum Gallery) 서울시 중구 퇴계로 32길 34 0507-1486-0222 blog.naver.com/beeumgallery
쓰레기에 크로플 무슈를 한 번 찍어 먹어보세요.
김지훈
한국에서는 새로움이 빠르게 퇴색된다. 유행따라 용도대로 내용물만 쏙쏙 빼먹고 남은 쓰레기들은 종량제 봉투에 담긴다. 내용물을 감싸고 있던 것. 알맹이를 지탱하던 것들. 그들은 결과를 위해 필수적으로 존재해야 했던 것들이다. 작가는 이것이 정말 안타까웠다. 쓰레기가 아닌 사람들이 버려지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중소가구공장의 평균연령 55세 MDF 목수들은 그들이 이 분야의 마지막 세대라는 것을 알고 있다. 평일에는 생산을, 주말에는 5톤 트럭 3대에 실린 무거운 가구들을 직접 나르고 설치한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일을 배울 후계자를 찾지 않는다. 곧 끝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산업과 자신들이 사장되고 과거의 역사로 전락할 것임을 받아들였다.
한편 젊은 세대, 결코 적지 않은 은둔형 청년들은 길을 잃었다. 그들에게 도전이란 쉽지 않은 길이다. 도전의 길 어딘가에서 크게 베이고 데였지만 새살이 돋지 않는다. 사회는 박봉을 기피하고 워라밸만을 찾는 철없는 젊은 세대라고 공격한다. 그런데 그들은 명절에 혈연인 친척들을 보는 것조차 겁이 난다. 대기업을 다니는 친구와 게임 방송으로 성공한 스트리머를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보지만 도저히 따라잡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어디에도 그들을 위한 선택은 없다. 그들은 잊혀지거나 버려진다.
쓰레기는 과연 그냥 쓰레기일까? 한 번이라도 고급진 디저트를 쓰레기에 찍어본 적은 있는가? 따뜻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태생적 한계, 정해진 용도로만 무엇을 사용해야 하는가? 실리콘은 창틀이나 유리를 고정하기 위해서만 써야 할까? 저급과 고급을 나누는 숭고한 기준이 있는가? 다이소의 MDF싸구려가왁구 캔버스와 인터넷에서 시키는 아사천원목정왁구 캔버스는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까? 한 번 쓰인 것은 이제 그 수명이 다한 것일까? 깨진 유리와 세절된 종이는 버려야만 할까? 보양지로 사용된 신문지는? 택배 내용물을 뜯고 남은 비닐은? 박스는? 살점을 발라먹은 치킨 뼈와 감자탕 돼지뼈는? 우리는 평소에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렇게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예술이 인간의 따뜻함을 되찾기 위해 경직성에 맞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작가가 사용하는 재료들은 ’-이었던 것‘들과 버려진 것들이다. 먹고 남은 뼈와 껍데기, 비닐과 포장지, 종이박스와 버려진 가구와 부품, 성체가 떠나간 매미허물, 깨진 유리, 공사 후 남겨진 비니모자와 멀티탭 등등. 잡다하고 하찮아 보이는 사물들을 사용해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라는 경직된 시선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예를 들면, ‘아, 여기에는 이런 비닐이 필요한데’라며 분리수거날을 기다리거나 ‘어떤 쓰레기가 붙으면 훨씬 멋있을까?’를 고민하고 폐기물 보관 장소를 찾아나서는데 이럴 때마다 우리가 외면했던 것들이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런 재료로 조악한 캔버스를 만들거나 캔버스 위에 부착시키고 아크릴물감, 스프레이, 실리콘으로 색을 입히거나 그린다. 쓰레기는 이 과정에서 꼭 필요한 위치와 역할을 찾고 작품 일부이자 뚜렷한 화자로 태어난다. 그 내용은 게임, 주식, 밈, 인터넷방송, 사회의 분위기, 알게 모르게 중금속처럼 누적된 감정과 생각 등으로 너무나 가까이 있지만 저급하다, 해롭다, 다루기에 예민하다, 사실 아무 의미 없다, 휘발성이 강하다고 취급받는 것들이다. 어찌보면 재료인 쓰레기와 유사하다. 작가는 이것들을 실리콘과 나사, 강력접착제와 경화제로 버무려 대충 만든 햄버거처럼 툭하고 내놓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고정된 인식에서 벗어나 햄버거 속 야채처럼 신선한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어떤 ‘대단한 미술’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전문성을 요구한다는 경직성에서 벗어나 미술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재밌는 작업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