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를 누비며 큰 섬 2개와 작은 섬 2개를 촬영하였다. 아름다운 나무들을 보았고, 장엄한 풍광을 보았고, 밝고 순박한 사람들을 보았다. 그렇게 한 달 보름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촬영 전 부러진 발뼈가 걸을 때마다 고통을 통해 매 순간 현실을 일깨웠고, 라우토카의 분리수거하지 않은 쓰레기 언덕이 20여 일 동안 화재로 매연을 뿜었지만, 피지에 사는 동안 여기가 낙원이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산이 하늘과, 섬이 바다와, 사람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는 그곳은 낙원이 분명해 보였다. 바다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며 막대한 탄소 저장을 통해 기후 위기와 쓰나미의 피해까지 막아 주는 맹그로브 숲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이 낙원이 오랜 시간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환승 시간 포함, 피지에서 출발해 36시간 만에 도착한 인천공항, 비행기가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낮추는 동안 창밖에 잠시 무지개가 보였다. 곧 태풍 카눈의 짙은 구름 속에 비행기는 묻혀버렸지만, 다시 조금만 올라가면 무지개를 만든 햇살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저마다 상상하는 각자의 낙원이 어딘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처럼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