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은영 작가가 오는 10월 4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중구에 위치한 비움갤러리(관장 김상균)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Confronté – 직면하다’의 제목으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최은영 작가의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동료 작가들과 협업하며 이어가고 있는 사진작업 시리즈와 영상들을 선보인다.
최은영 작가는 프랑스 국립 그르노블 미술 대학교 (École Supérieure d'Art et Design – Grenoble)에서 최우수성적으로 학사 학위를 취득한 후, 프랑스 내 여러 도시에서 개인전 및 단체전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석사 과정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1세대 샌드아티스트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개최한 ‘대한민국 동영상 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현재 프랑스 예술창작 집단인 ‘벽 뒤의 사람들(People Behind the Wall, www.artofpbw.com)’ 협회장을 맡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작가가 스스로 제약이라고 느꼈던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열망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혈액암 투병을 하던 때에 등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여러차례 수술을 받으며 등에 커다란 흉터를 갖게 되었다. 질병을 극복했음에도 후유증으로 인해 몸의 움직임에 제약이 생겼고, 몸에 남은 수술 흉터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손길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늘 외면하고 회피하던 몸의 흉터는 결국 계속해서 고통스러운 순간을 상기시킬 뿐 이었다. 이제 그는 항상 가리려고 애썼던 등의 흉터를 타인에게 온전히 드러낸다. 그의 등은 캔버스가 되어 그가 겪었던 고통을 온전하게 보여주고, 타인의 손길에 의해 그들의 고통을 투영한다. 결국 이 행위는 우리에게 고통을 직면하는 순간을 마련하고, 우리의 고통을 나누고 어루만지며 치유의 길 위에 서 있게 한다.
“고통으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행위는 우리로 하여금 고통을 통제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삶에 다양한 제약과 한계를 부여한다. 고통을 직시하고 시각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여정에서 우리는 고통을 더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과거의 기억을 재해석하기 위해 우리 자신을 소생시킨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계속해서 치유해 나갈 수 있다. 삶이 다시 쓰여지는 것은 우리가 다른 각도에서 우리의 고통에 직면할 때이다.” – 최은영 작가노트 중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작품과 메세지를 통해 관객들과 고통을 나누며 치유의 과정을 공유할 수 있길 기대한다
Largo는 이탈리아 말로 폭넓게, 느릿하게 라는 뜻이다. 음악에서는 ‘아주 느리게’ 라는 뜻이다. 동시에 ‘극히 표정 풍부히’ 연주하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단체전을 준비하며 주제를 폭넓고, 풍부한 느림으로 한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아마추어 집단으로 순수 사진 공부를 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바쁘고 숨 가쁜 현대인의 일상에서 사진 취미가 긴 호흡과 같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휴식일 수도, 누군가에겐 자아 성찰 일수도, 누군가에겐 삶의 의미처럼...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실이 보여 주는 진실보다 감정이 보여주는 진실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고 말하듯 참가 사진가 각자의 사진들은 솔직히 설명할 길 없는 작품들이다. 음악에서 작품번호와 빠르기로 밖에 설명하지 못하는 작품이 있듯 이 번 전시 주제를 잡을 때도 그런 감정에 기대었다.
하루를 두 번 살아 보지 못했다는 사실, 오늘은 유일한 오늘이라는 사실... 내가 찍은 사진이 감정이든, 사실이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장면과의 만남을 기록한 자국이라는 이 평범한 사실이 우리를 놀라게 할 때가 있다. 문득 흘러간 유년의 기억 속에 나무 그늘의 시원함과 오묘함 또는 그리움으로 사진을 보며 내 감정과 만날 때 느릿느릿 솟아 오른 여명을 보듯 어두운 색조 또는 명암을 드러낸다. 자신의 사진임에도 신기한 체험이다.
사진의 수많은 이야기 중 찰나에서 영원으로 ... 참 많이도 들었던 이야기다. 그러나 그 찰나의 감정을 보고, 고르고, 회상하고, 프린트하고, 다시보고... 이 과정은 빨리 하라고 해도 빨리 할 수 없는 과정이다. Largo 라는 뜻처럼 느릿하게 긴 호흡으로 자기를 바라봐야 할 시간들이다. 제논의 역설처럼 좁혀지지 않는 그 간극을 채우려 오늘도 우리는 긴 숨을 들이쉬고 세상과 만나러 나가는 여행자이다
- 현 정 범 -
생명의 푸가 (윤시현)
나의 작업은 생명예찬이다.
생명의 최소단위인 입자들이 모여 형태를 만들고 생성과 소멸, 비움과 채움의 진화를 통해 생명을 이어간다.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의 질문은 생명의 출발점으로 가게 되었고 그 출발에는 별이 있었다.